그리스 로마 건축
1414년 스위스 장크트 갈렌 수도원에서 발견된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십서] 양피지 필사본으로 고대 로마에 건축 규범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필사본에는 기둥의 두께와 주초 높이의 비례, 기둥 두께와 기둥 간격의 비례 등 건축의 비례 원칙들이 열거되어 있다. 이 비트루비우스의 비례 원칙들은 고대 로마인들의 경험에 의한 건축 규범에 불과했지만, 후에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의 [건축론]을 비롯한 여러 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르네상스인들에 의해 보완되었다.
건축의 비례 원칙
비트루비우스는 [건축십서]에서 건축의 조화로운 비례 원칙을 강조하면서 인체의 비례를 그 근거로 삼았다. 자연의 조화로운 비례를 건축의 각 부분도 전체와 조화롭게 어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전주의의 건축 규범은 코스모스, 즉 질서가 잡힌 우주를 기본 세계관으로 여기며 부분과 전체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신전 건축에 있어 주초부터 지붕까지의 각 요소를 비례에 맞게 건축해 전체를 구성했다.
이들의 비례와 법칙에 대한 생각은 거의 집착에 가까웠는데 이는 이데아에서 비롯된다. 현실적인 건축은 이데아에 가깝게 재현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오더다. 오더는 전체와 부분의 비례 관계로 이루어지는데, 오더를 따름으로써 건축의 이데아를 재현해 완전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비트루비우스는 아름다움, 견고함, 실용성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 건축의 필수 요소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아름다움은 단순히 눈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완전한 아름다움을 말한다.
고대 그리스 사회와 건축
그리스는 석회암을 사용해 기둥과 단순한 보 구조로 지은 석조 건축이 대부분을 이뤘다. 이는 자연환경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석재는 늘어나려는 힘인 인장력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기둥 간의 간격을 넓혀 건축할 수가 없다. 그로 인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가 없어 실용적인 건물보다는 신전과 같은 기념 건축물을 짓는 것에 유리했다. 공간 확보가 필요한 건축에는 목조와 테라코타 기와를 사용했다.
그리스 신전은 정교한 조정으로 아름다운 비례감을 자랑하는데, 여기서 그리스 건축의 우월성이 드러난다. 특히 파르테논은 중앙부가 처져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열주가 받치고 있는 보는 중앙부 높이를 곡선으로 약간 높였는데, 여기서 그 정교함에서 뛰어남을 확인할 수 있다.
고전주의 건축 규범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18세기 서양 건축의 주재료는 석재였다. 석재는 기둥 간의 간격, 높이에 한계가 있어 대규모 건축은 힘들었다. 이집트 신전도 비슷하나 이집트는 월등히 큰 석재를 가공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그리스보다 훨씬 높고 두꺼운 기둥의 신전을 지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리스와 이집트 신전의 기둥 간격은 같지만, 두께와 높이에서는 다른 비례를 갖게 되었다.
그리스인들은 기둥 사이에 벽체를 설치해 아키트레이브를 지지함으로써 이집트와는 다른 방식으로 건축을 시도했다. 벽체를 기둥 안쪽 깊이 쌓아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도록 짓고 안정성을 보강하기 위해 아틀라스 거인상을 놓아 기둥 역할을 대신하게 했다.
로마에서는 기둥 사이사이를 아치, 볼트, 돔으로 덮어 기둥 간의 간격 한계를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아치와 볼트의 폭과 높이에 여전히 한계는 존재했지만, 그리스에 비해 확연히 큰 기둥 간격과 높이를 구현할 수 있었다.
서양 건축에서는 같은 석재라는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서로 다른 건축법을 쌓아갔고 그에 따른 건축물 비례에도 차이가 관찰된다. 하지만 고대 로마 건축 방법과 건축의 본질을 전체와 부분이 조화를 이루는 질서라고 보고 완전한 비례를 구현하는 것은 당연한 규범이었다.
고대 로마 사회와 건축
로마 대제국을 경영하기 위해선 건축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광활한 영토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도시가 생겨났고 이로 인한 도로, 교량 등의 토목 구조물들이 지어졌다. 또한 로마에는 내부 공간이 넓은 건축물들이 지어졌는데 이를 위해 동방에서 사용되던 아치, 볼트, 돔 기술을 로마 건축에 이용했다. 아치, 볼트, 돔은 작은 석재들을 쌓아 대형 구조물을 만드는 구법이다. 또 현대의 포틀랜트 시멘트처럼 빠른 양생이 가능한 재료인 포촐라나를 사용했기에 이런 대규모 건축이 가능했다.
아치와 볼트 그리고 돔
아치
아치는 반원으로 사다리꼴 면의 부재들을 쌓아 만든 구조다. 아치 구조는 양단의 횡압을 버티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아치는 모든 부재에 압축된 힘이 닿고 바깥으로 벌어지려는 횡압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거푸집과 비계를 설치하는 것이 아치 구조의 큰 난제가 된다. 최상단에 위치하는 돌까지 조적용 비계를 설치해야 하고 모든 부재가 아치형으로 잘 쌓아져야 하고 모르타르가 양생 되기까지 아치 아랫부분을 지탱해 줄 거푸집이 필요하다. 아치의 폭이 넓을수록 높이 또한 높아져야 해서 비계와 거푸집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목재를 구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거푸집을 줄일 수 있는 시공법이 필요에 의해 꾸준히 연구되었다. 돌출부에 거푸집을 설치해 목재 사용량을 줄이고 아치의 두께를 똑같은 모양으로 제작해 반복 사용함으로써 목재의 사용을 줄여 건축하는 방법이 있었다.
볼트
볼트는 크게 배럴볼트와 교차볼트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횡압을 버텨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볼트를 지탱하는 두꺼운 벽체가 필요해 길고 폭이 좁은 실내 건축에 많이 사용되었다. 로마에서는 거푸집을 만들어 포촐라나 시멘트를 사용한 콘크리트를 만들어 볼트 건축에 사용하였다. 배럴볼트를 콜로세움이나 원형극장의 관람석의 통로를 만드는 데 사용함으로 효율적인 건축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럴볼트는 넓은 공간을 짓기에는 그 한계가 있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교차볼트다. 교차볼트는 말 그대로 배럴볼트 두 개가 직각으로 만나 네 개의 기둥으로 지지하는 사각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교차볼트를 여러 방향으로 연속해서 사용하면 기둥만으로 나열된 큰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같은 거푸집을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어 비용 절감에도 유리했다. 로마 카라칼라 대욕장과 막센티우스 바실리카 등이 그 예이다.
돔
돔은 아치와 비슷해 보이지만 확연히 다른 특징이 있다. 돔은 셸 구조로 아치 밖으로 뻗어져 나가는 횡압을 지지해 아치의 10분의 1 두께로도 똑같은 반경의 건축을 가능하게 한다. 돔은 상부는 종횡 방향 압축력이 발생하고 하부는 횡압을 부재들끼리 지지하면 인장력이 생긴다. 돔은 연직하중을 지탱해야 해서 여러 개를 연속해서 지을 수 없다. 그래서 돔은 크게 하나로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로마 건축
로마는 돔과 볼트에서 생기는 횡압을 지탱하기 위해서 벽체를 두껍게 건축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벽체가 높을수록 지진이나 바람에 의한 횡압을 견디도록 설계해야 한다. 벽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제일 쉬운 방법은 벽체를 두껍게 만드는 것으로 고대 로마 시대에는 그런 방식으로 건축하였다. 두꺼운 벽체는 하중이 커져 벽체에 닿는 압축력이 증가하고 증가한 압축력이 횡압으로 발생하는 인장력을 낮춰준다. 하지만 여기에도 단점이 있는데 재료가 많이 들고 구조 자체가 커지므로 비용이 올라간다.
아니면 벽체에 지지대를 설치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부축벽인데 로마네스크 건축에서 주로 사용하였고, 고딕 건축에서는 플라잉버트레스라는 것을 사용해 횡압이 작용하는 부분만을 지탱하였다.
한 가지 더 있다면 아치나 볼트의 경우 선형재의 도움을 받았고 돔은 원형의 인장재를 설치하는 방식이 있다.